X-being에게 쓰는 편지

나는 당신에게 인간의 신경계의 다양성을 
이야기하면서 그것이 마치 
우주와 같다고 말했어요. 
다른 사람의 생각/상상/표상 속에 들어간다는 
것은 어쩌면 우주미아가 되는 경험과도 같을 것 
같다고. 그러한 전제 안에서 나는 당신을 
<흐르는. >의 과정에 초대했습니다. 미아가 
되신 경험이 많이 어지러우실 것도 같아요. 

그래서 저는 저의 이해불가능성을 설득하고 
싶어요. 저를 이해하지 못할 것이고, 
그래도 괜찮다고. 작업이 끝날 때까지도 저의 
신경계의 섬광과 번쩍거림을 아마 이해하지 
못할거예요. <흐르는.>의 논리에 의하면 
타자는 완전한 충격이거든요. 퍽 하고 
마주쳐진 채 떨리게 되는 것이죠. 
그래서 공진할 수 있다는 것은 알아요. 
이해하지 않은채 같이 떨림 속에 있다는 것이죠.

이러한 공진의 한 방법으로 저는 ‘해킹'을 제안
해요. ㅎㅎ 나를 해킹해주세요. 해킹은 빗장을 
열어서 어떠한 무언가를 캐내오는 것이겠죠. 
저의 신경계에 침입해주세요. 
저를 이해할 필요 없으시고, 그저 오해의 방법
으로 해킹하시면 됩니다. 저라는 암호를 매우 
주관적인 방법으로 해독하고 다른 정보를 
투입해주세요. 
저를 교란시키고 전복시키는 것이죠. 
그렇게 나는 타자-충격적인 당신에게 
해킹당하고 싶어요. 해킹이라는 단어가 
어렵고 낯설다고 당신은 이야기했고, 
그것은 수많은 추측에 의해 들어갈 방법을 
찾다가 들어가서는 무언가 훔쳐 
나와 전혀 다른 것을 
해내는 것이라고 저는 대답했죠. 
사실 재미있는 것은 해킹이라는 단어의 
본래 뜻이 “작업과정 그 자체에서 느껴지는 
순수한 즐거움"이라고 해요. 재미있지 않아요? 
그 즐거움은 추측과 추출 그리고 
도용에 있을지도 모른다고!

왜 해킹을 해야하는지 당신은 내게 물었죠. 
나는 그것이 ‘사랑'이라고 대답합니다. 
존재가 존재를 해킹한다는 것은 
사랑으로도 가능해요. 

                   2021년 11월 21일 ~ 12월 25일
                         'M에게 보내는 편지'중 발췌